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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의 사색 - 길상사(吉祥寺)을 걸으며...


안녕하세요. 취미 사진가 나라입니다.

가을이 다가오면서, 하늘도 공기도 깨끗해져만 가는데.... 코로나 19로 집안에만 있기가 너무 답답한 요즈음입니다.

매년 이맘때쯤은 지역 축제나 꽃밭을 찾아 출사 겸 여행을 하곤 했는데, 올해는 그러하지 못하고 있네요.

그래도.. 머리도 식힐 겸 가벼이 찾을 수 있고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을 만한 곳을 찾아 가보았습니다.

그곳은...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길상사"입니다.

길상사는 원래 절 목적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고, 70년대 요정 대원각을 주인이었던 故김영한 님이 법정스님에게 시주하여 사찰로 바뀌게 된 곳입니다. 

그래서 여느 사찰과 다른 모습으로 경내가 이루어져 있기도 합니다. 

길상사를 찾아가는 방법은 대중교통이 편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추천하나, 승용차로 오신다면 길상사 일주문을 약간 지나 우측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약 40여 대 주차 가능 공간이 있습니다. 

대중교통은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하여 한성대 입구에서 하차하여 6번 출구로 나와 약 100미터 정도 도보로 걸으면 버스정류장이 있습니다. 마을버스 성북 2번 을 타고 길상사 앞에서 하차하시면 됩니다.

조용히 걷기가 좋으신 분은 걸어가셔도 됩니다. 오르막이라는 점이 있긴 하지만...


삼각산 길상사 일주문
삼각산 길상사 일주문

성북 2번 버스로 길상사에서 하차를 하게 되면 바로 마주하는 것은 삼각산 길상사의 일주문입니다.

사찰을 들어갈 때의 첫 문이기도 하죠. 

북악산 길상사로 적혀 있을 줄 알았는데, 북한산의 옛 이름 삼각산으로 적고 있네요.  이곳은 삼각산 남쪽 자리이기도 합니다. 

길상사에 들어와서
길상사에 들어와서

길상사 일주문을 지나고 보니... 사천왕문이 없었어요. 그리고 다른 사찰과 달리 일주문 옆에 종무소가 있었습니다.

또 하나, 다른 절과 다른 안내문구가 있었는데요.

짧은 치마나 반바지를 입고 오신 분은 종무소 앞에 준비되어 있는 랩스커트를 착용하고 들어가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이 절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옛 요정이 개방되어 잘 가꿔진 정원이 있는 곳으로 데이트하기 좋은 곳으로 여기는 젊은 친구들이 많은가 봅니다.  실제로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연인들이 여럿 보이기도 했어요.

극락전
극락전

경내로 들어오면 한옥으로 잘 지어진 건물이 보이는데, 극락전으로 금불상을 모셔두고 있었어요. 

법정스님과 길상사
법정스님과 길상사

법정스님이 모셔져 있다는 진영각은 극락전의 왼편으로 돌아 올라가야 합니다.

길상사와 꽃무릇
길상사와 꽃무릇

꽃무릇이라고 불리 위는 꽃이 진영각 가는 길에 가득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일찍 왔더라면, 더 붉고 활짝 핀 꽃무릇을 봤을 텐데... 이젠 다 지고 있었어요..ㅠㅠ

꽃무릇
꽃무릇

꽃의 전분으로 탱화 등을 그릴 때 사용하기에 9월 초중순경 사찰에서 많이 보이기는 꽃 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불갑사, 선운사가 대표적 군락지이기도 하죠.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에도 이 꽃무릇이 많이 피어 있어, 시기에 맞춰 온다면 화려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진영각 가는길
진영각 가는길

진영각은 길상사의 가장 안쪽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역시 가는 길에는 꽃무릇이 화려하게 맞이하여줍니다.

진영각과 꽃무릇
진영각과 꽃무릇

빛이 내리는 시간에 오면 더 화려할 것 같은 곳이었습니다.

아쉽게도 꽃이 많이 져버려서..... 꽃무릇 사진 찍는 건 다음을 기약하기로...ㅠㅠ

법정스님의 진영각
법정스님의 진영각

법정스님이 모셔져 있는 진영각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진영각
진영각

진영각 내부는 생각보다 작았어요. 무소유를 실천하셨던 법정스님을 생각해보면.. 이조차도 넓고 불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영각 내부와 건물은 사진을 찍지 못했어요. 특히 내부는 사진 촬영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문구를 보고서 카메라를 꺼버렸습니다. ^^

대신 제 기억으로 글로 적어보면..

내부에는 법정스님의 초상화가 있었고, 평소 입으셨던 옷과 소지품들.. 그리고 유언장과 그간 출간했던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유언장을 살펴보니.. 본인이 돌아가시면 자신의 책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비(화장) 후 사리가 나와도 수습하지 말라 하셨어요.

무소유를 실천하셨다는 스님은 사후의 자신의 모든 것이 남아 있지 않기를 원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무소유에 대한 책을 서점에서 찾아보니 없어서 중고책을 알아보다 결국 구입을 못한 기억이 있는데... 다 스님의 유지에 의해 절판된 것이었네요. 

진영각 왼편에는 법정스님이 앉아계셨을 의자 사진이 하나 걸려 있었는데...

법정스님을 생각하며 사진의 의자를 바라보니....

마치 금방 다시 돌아와 앉아계실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저만의 기분 탓일까요...

법정스님 유골이 모셔진 곳
법정스님 유골이 모셔진 곳

법정스님의 유골이 모셔진 곳은 진영각 오른편 벽에 소박하게 있었습니다. 

법정스님의 유골은 서울 길상사와 더불어 순천 송광사에 분산 안치되어 있다 하네요.

진영각의 법정스님을 뵙고 나오는 길의 길상사 길은 평온하면서도 사색에 빠지게 하는 것 같았어요.

여느 사찰과 다른 분위기 속에서도 경건함이 느껴지니 더 그러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진영각을 나와 걷는 길 옆 개천 위에 부처상이.. 마치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모습처럼 눈에 띄었습니다.


경내에는 스님들이 참선 중인 곳도 있어 조용히 지나가야 하는 곳도 있었고,

지붕 수리
지붕 수리

길상사 지붕의 기와 작업 중인 곳도 보였습니다. 지난 태풍과 많은 비에 피해를 본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볼 땐 기와 불사를 받아 작업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침묵의 집
침묵의 집

길상사에는 침묵의 집이 있었는데요. 내부는 코로나 19로 닫아둔 것 같아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존재한다니.. 언젠가 한번 이곳에서 꼭!! 명상을 하며 있고 싶어 집니다. 

색다른 길상사
색다른 길상사

사찰로 생각하고 와서 보면.. 이국적인 느낌도 들고.. 사찰이 아닌 느낌이 드는 길상사입니다.

젊은 연인들이 스마트폰이나 사진기로 이러한 곳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으며 다니더군요.


걸으며 옛 대원각 때 사용되던 건물들을 바라보면...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하는 생각이 자주 들게 됩니다.

그리고 엄청난 자산을 시주한 거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당시 1천억이라는 돈이었다고 하니 말이죠..

길상사의 주인이었던 故김영한은 기생 출신이기도 하지만, 시인 백석의 연인이기도 하였지요. 백석 시인이 월북을 한 이후에도, 그를 그리워하며 백석 시인의 생일날을 매년 챙기기까지 하였다 합니다.

법정스님께 대원각을 시주하면서의 일화도 유명하죠.. 1천억이라는 돈이 아깝지 않느냐는 질문에, "1,000억 원이란 돈이 그 사람의 시 한 줄만도 못하다."라고 하였다 해요. 그만큼 그를 그리워했고 사랑했던 것이죠.


관세음보살상
관세음보살상

극락전 오른편으로는 관세음보살상이 보이는데요. 여느 사찰의 관세음보살상과 다르게 생겼습니다.

마치 천주교 성모 마리아상과 비슷하게 보이는데요. 

법정스님께서 종교 간 화합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천주교 신자이자 조각가인 최종태氏 에게 의뢰하여 봉안한 것이라고 합니다.


관세음보살상 오른편으로 좀 더 가보면 석탑이 나옵니다.

길상사 7층석탑길상사 7층석탑
길상사 7층석탑

길상사에는 석탑이 없었는데, 2012년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의 기증으로 이곳에 있게 되었다고 하네요.

탑돌이 하시는 신도분들이 많으셔서 자세히 보고 오지 못했지만, 네 마리의 사자가 탑을 떠받들고 있고, 안에 부처님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탑신부에는 부처님 사리를 봉안하였다고 하네요.


길상사 경내를 한 바퀴 돌다 보니.. 제법 큰 건물이 늦게서야 눈에 띄었습니다.

종무소 뒤편에 있었는데요. 길상사에서 가장 큰 건물처럼 보입니다.

지장전
지장전

지장보살을 모신 지장전인가 봅니다.

1층에는 다원이 있는데, 찻집으로 운영되고 있나 봅니다.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문을 닫아두고 있었는데요. 

사람들이 문 앞까지 왔다가 문이 닫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서는 분들이 제법 있었어요. 

1층은 잔디밭에 작은 연못이 있어서, 차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볼 때 이러한 정원이 보이면 마음이 평온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성북동 길상사를 한 바퀴 돌아보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 오랜만에 야외에서 바람도 쐬고 좋았습니다.

비록 꽃무릇 군락지에서 꽃들이 이미 져 버려서... 아쉬웠긴 했지만...

사계절 내내 평온하고 아름다운 이곳을 자주 와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경내를 걸으며... 곳곳에 의자들이 많아서 앉아서 쉬다가.. 또 걸으며... 머리도 식히고.. 사색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몰랐었습니다. 


2020/02/14 - [Review(리뷰)] - [도서]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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