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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호프 (HOPE)> 후기: 나홍진이 설계한 아찔한 롤러코스터, 괴물보다 무서운 인간들의 사투

안녕하세요. 취미 사진가 나라 입니다.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무려 10년 만에 신작 <호프 (HOPE)>를 선보였는데, 오늘 영화관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마침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여름 극장가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제작인 만큼, 블로그에 남길 기록으로 아주 멋진 소재가 될 것 같습니다.

영화 <호프 (HOPE)>. 출처: 엘르

영화 개요 및 기본 정보

  • 감독 : 나홍진 ('추격자', '황해', '곡성' 연출)
  • 출연 :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알리시아 비칸데르, 마이클 패스벤더 등
  • 장르 : SF, 스릴러, 크리처, 블랙 코미디, 액션
  • 러닝타임 : 156분
  • 줄거리 요약 : 대한민국 비무장지대 인근의 한적한 시골 마을 '호포항'.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가 출현하면서 평화롭던 마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살아남기 위해 총을 든 주민들과 경찰들의 사투가 시작된다.

<곡성> 이후 10년, 나홍진이 가져온 뜻밖의 변화

많은 영화팬이 나홍진 감독에게 기대했던 것은 <곡성>이 보여준 숨 막히는 오컬트적 서늘함이나 피 말리는 스릴러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호프>는 완전히 다른 질감을 선사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블랙 코미디'와 '유머'의 적극적인 차용입니다. 외계 괴수가 날뛰는 극단적인 학살의 현장 속에서, 인물들이 툭툭 던지는 엉뚱한 티키타카와 슬랩스틱 수준의 상황적 유머들은 극의 긴장감을 묘하게 이완시킵니다.

이러한 연출은 마치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삑사리의 미학'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과거 신정원 감독의 크리처 코미디 <차우>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보는 듯한 독특한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정통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포인트지만, 확실한 건 대중적인 '상업 오락 영화'로서의 도파민과 재미는 역대 나홍진 작품 중 가장 강력하다는 점입니다.

심장을 쥐고 흔드는 미친 듯한 '질주 액션'

생존을 위해 총을 쥔 호포항의 주민들과 경찰. 출처: biz.chosun.com

영화의 전반부 한 시간 동안 관객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로부터 쫓기는 혼돈 속으로 던져집니다. 이 추격전의 속도감과 쾌감은 그야말로 독보적입니다.

  • 지면에 바짝 붙은 카메라 워크 : 급커브를 돌며 도로 위를 질주하는 차량 추격신은 숨 막히는 현장감을 제공합니다.
  • 처절하고 투박한 타격감 : 세련된 할리우드식 액션이라기보다는, 흙먼지 날리는 시골길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간들의 거칠고 육체적인 사투가 스크린을 뚫고 전해집니다.
  • 현실적인 공포: 괴물 앞에서 정의감에 불타기보다, 무서워서 벌벌 떨고 소리 지르는 인물들의 묘사가 오히려 몰입감을 배가시킵니다.

일부 해외 평론가들이 이 영화의 질주 신을 보고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언급한 이유를 극장에 앉아있는 내내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외계인 비주얼과 CG 퀄리티

영화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는 단연 '외계 생명체'의 존재입니다. 알리시아 비칸데르, 마이클 패스벤더 등 할리우드 명배우들이 모션 캡처를 통해 연기해 큰 화제를 모았죠.

여기서 관객들의 평가가 극명하게 나뉩니다.

  • 아쉬운 평가 (불호) : 5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후반부 일부 외계인의 모습이나 CG 퀄리티가 다소 이질적이거나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신선한 평가 (호평) : 반면, 나홍진 감독이 매끄러운 디지털 CG 질감 대신 고전 특수효과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거칠고 기괴한 질감을 의도적으로 연출하여 독창적인 아우라를 완성했다는 해석도 존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괴물의 정체가 완전히 드러나기 전,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쫓길 때의 서스펜스가 훨씬 강렬했기에 후반부 비주얼의 아쉬움이 조금 남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시각적 충격만큼은 대단했습니다.

명품 배우들의 미친 연기 '차력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자칫 황당무계하게 흘러갈 수 있는 SF 크리처물의 설정을 현실의 지상 위로 굳건히 붙잡아둡니다.

  • 범석 (황정민 분) : 호포항 출장소장으로서 공포와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실적인 소시민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합니다. 특유의 억척스럽고 생동감 넘치는 생활 연기는 영화의 중심축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 성기 (조인성 분): 황정민과의 호흡 속에서 진지함과 유머러스함을 오가며 극의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 성애 (정호연 분) : <오징어 게임>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내고, 정의감 넘치면서도 흔들림 없는 단단한 경찰 캐릭터를 완성하며 주연급 배우로서의 확실한 내공을 입증했습니다.
  • 해술 (임현식 분) : 목격자 역할로 등장하여 진지함 속에서 엄청난 유머 타율을 자랑하며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집니다.

최종 관람평: 이런 관객에게 추천합니다!

오락 영화의 극점, 도대체 이런 영화가 어떻게 한국에서 존재할 수 있지?

영화 <호프>는 방대한 이야기를 타이트하게 압축하다 보니 후반부 전개와 결말의 급작스러움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하지만 단점들을 압도하는 독창적인 액션 시퀀스와 기묘한 연출의 힘은 왜 나홍진이 거장인지를 다시금 증명합니다.

추천해요 👍

  •  <매드맥스>나 <괴물> 스타일의 맹렬한 크리처 액션을 좋아하시는 분
  • 긴장감 속에서 터지는 의외의 블랙 코미디와 슬랩스틱을 즐기시는 분
  • 한국 영화 역사상 전무후무한 스케일과 비주얼적 도전을 큰 스크린으로 경험하고 싶으신 분

비추해요 👎

  • <곡성> 특유의 기분 나쁘고 무거운 오컬트적 서늘함만을 기대하시는 분
  •  조금의 어색함도 용납하지 않는 매끄러운 할리우드식 CG 원탑 영화를 원하시는 분

개인적인 평점: ★★★★☆ (4.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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