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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대홍수', 모성애라는 이름의 지독한 테스트베드

안녕하세요. 취미 사진가 나라입니다.

오늘, 큰 기대를 안고 넷플릭스 신작 '대홍수'를 봤습니다. <더 테러 라이브> 김병우 감독에 김다미, 박해수 조합이라니 SF 팬으로서 안 볼 이유가 없었죠.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제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와, 진짜 기 빨린다"였습니다.

단순히 물난리 나서 도망치는 재난 영화인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인류의 마지막 운명을 건 '인공지능의 감정 학습 시뮬레이션'이더군요. 영화를 보며 느꼈던 솔직한 생각들을 정리해 봅니다.

영화 개요 및 정보

1. 기본 정보

  • 제목: 대홍수 (The Great Flood)
  • 감독: 김병우
  • 출연: 김다미, 박해수, 권은성
  • 장르: SF, 재난, 스릴러
  • 플랫폼: 넷플릭스 (Netflix)

2. 주요 시놉시스

거대한 해일이 도시를 집어삼킨 지구의 마지막 날, 인공지능 연구원 안나(김다미)는 수몰되는 아파트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투를 벌입니다. 구조 대원을 자처하며 나타난 희조(박해수)는 그녀를 돕는 든든한 조력자로 보이지만, 사실 이 모든 상황은 현실이 아닌 인류 재건을 위한 가상 시뮬레이션의 가이드였습니다. 영화는 안나가 수만 번의 루프를 거치며 자신의 아이를 구하는 과정을 통해, AI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인간만의 '비논리적 감정 데이터'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감상평: 기적의 데이터인가, 장르적 과욕인가?

1. 옥상 캐비닛, 그 불가능한 확률을 뚫은 '감정'

이 영화의 백미는 역시 마지막 옥상 캐비닛 장면입니다. 수만 번을 죽고 다시 살아나는 루프 속에서 안나가 결국 자인을 찾아내는 순간, 소름이 돋긴 했습니다. 수천 개의 캐비닛 중 딱 하나를 찾아내는 건 확률적으로 불가능한데, 안나는 그걸 '직관'으로 해내죠.

사진출처: 다음(daum)

결국 영화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였습니다. "기계는 계산하지만, 인간은 사랑하기 때문에 기적을 만든다." 그 비논리적인 모성애 데이터가 AI에 이식되어야만 비로소 인류를 구할 '방주'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설정은 SF적으로 꽤나 세련된 시도였다고 봅니다.

 2. "애가 빌런인가?" 커뮤니티 반응에 격하게 공감한 이유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제 몰입을 방해했던 건 아이 캐릭터인 '자인'이었습니다. 커뮤니티를 보니까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더라고요. 대다수 관객들이 "애가 너무 징징거린다", "민폐 캐릭터 같다"는 반응이었는데, 정말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사진출처: 다음(daum)

상식적으로 엄마가 목숨 걸고 구하러 왔는데 사사건건 떼를 쓰고 비협조적으로 구는 모습은 관객 입장에서 응원보다는 짜증을 유발합니다. 물론 영화 설정상 안나의 감정을 극한으로 쥐어짜서 데이터를 뽑아내려고 시스템이 아이를 그렇게 '최악의 난이도'로 설정했다고 이해할 수는 있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그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니 피로감이 상당했습니다. 숭고한 모성애를 보여주려다 캐릭터가 비호감이 되어버린 점은 참 아쉽습니다.

3. 소행성이 오는데 대피를 안 시킨다고?

또 하나 황당했던 건, 소행성이 충돌해서 지구가 망하기 직전인데 연구원인 안나를 대피시키지 않고 실험을 계속한다는 점입니다. "공포가 극에 달해야 고농도 데이터가 나온다"는 연구진의 냉혹함은 알겠는데,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천재 연구원을 소행성이 떨어질 때까지 사지에 방치하는 게 논리적으로 말이 되나 싶더군요. 사람이 수단으로만 소비되는 시스템의 잔인함을 보여주려 한 것 같긴 한데, 서사적으로는 '굳이 저렇게까지?'라는 의구심이 드는 구멍이었습니다.

사진출처: 다음(daum)

4. 그래도 박해수와 기술력은 압도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해수 배우의 연기는 정말 좋았습니다. 도와주는 척하면서 은근히 안나를 사지로 밀어넣는 가이드 역할을 아주 미묘하게 잘 소화했더라고요. 그리고 물의 역동성을 표현한 CG는 국산 영화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물소리만 들어도 숨이 막히는 것 같은 사운드 효과는 극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사진출처: 다음(daum)

총평

'대홍수'는 지적으로는 흥미롭지만 정서적으로는 아주 불친절한 영화입니다. 모성애라는 뜨거운 감정을 AI의 알고리즘으로 치환한 발상은 놀라웠지만, 관객을 배려하지 않은 반복적인 루프와 짜증을 유발하는 아이 캐릭터가 영화의 장점을 많이 가려버렸습니다.

머리로는 "인간성이란 위대하구나"라고 수긍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제발 그만 좀 징징거려라"라고 외치게 되는 묘한 영화였네요. 호불호가 갈리는 건 당연해 보이지만, 적어도 한국 SF 영화가 기술적으로나 주제적으로 아주 대담한 도전을 했다는 점만은 인정해주고 싶습니다.


한 줄 평: 기적을 가르치기 위해 관객의 인내심을 테스트한 지독한 실험실.
내 마음대로 평점: ⭐ 3.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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