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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지상에 숟가락 하나 -현기영 장편소설

· 댓글개 · 취미 사진가 나라

지상에 숟가락 하나

                               현기영  / 실천문학사

 

 오래전 MBC 방송국에서 느낌표 라는 예능프로그램(?)을 방송한 적이 있다. 전국민에게 책을 소개하고 책을 읽게하고 '기적의 도서관'건립을 목표로 했던 그 방송.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내가사는 지역에 '기적의 도서관'이 생겼는데, 아마도 이때 부터 전국에 지어지기 시작한 것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느낌표' 라는 그 프로그램의 선정도서 중 하나가 "지상에 숟가락 하나" 이다. 

내가 이책을 접한건, 여동생이 먼저 읽고는 언젠가 읽어보라며 건네줬었는데, 창피하게도 나는 이책을 언젠간 읽어야지만 생각하고는 책장에 두고 한참 후인 10년이 훌쩍넘어서야 꺼내 읽게 되었다. 

책 내용이 어떤건지도 모르고, 그저 소설류라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이건 내가 어려서 들었던 이야기... 제주 4.3때 이야기였다. 그리고 소설로 포장된 실화...

현기영 작가는 당시 북 국민학교(現 북 초등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제주시 관덕정와 붙어 있는 학교..

내 부친께선 동 국민학교(現 동 초등학교)를 다녔었다. 현기영작과와 연배가 같으시다. 그래서인지 아버지의 어린시선에서 보고 들었던 제주4.3의 이야기와 이책의 내용은 거의 흡사하다.

일본으로부터 해방이 되고 미군정이 들어오고.... 대한민국 정부수립까지의 격변기 속에 제주민들의 의식은 하나된 통일국가 정부를 원했었다.  하지만, 그 소용돌이 속에 어른 아이 할것 없이 생존을 위한 험난한 삶이 이어질 뿐이었다.

일본군이 있을때도 척박한 토지에 농작물을 키우며, 곡식조차 일본에 뺏겨 배고픔을 달고 살아야 했던 시절.. 
해방이 되고 그런 배고픔이나 힘든 삶도 사라지겠거니 했었던 희망이, 제주4.3이라는 참극으로 돌아왔던것이다.

이책 문구중에 "여름에 하루 놀면 겨울에 열흘 굶는다" 라는 말이 있다. 내 부친께서도 어릴적 내 할머니에게 듣던 이야기라고 한다. 작가도 어머니와 할머니가 늘 밭일을 하며 하던 말이라 한다. 당시 얼마나 고된 삶을 살아야 했는지을 새삼 깨닫게 한다.

극심한 가뭄까지 이어져 제주4.3을 겪을때의 배고픔이 책에서도 잘 묘사 되어 있다. 

나도 내 할머니로부터 들은 말이 기억이 난다. 가뭄에 먹을 쌀도 보리도 없어서, 산에서 마른나무를 주워다 시장에서 팔고, 그 판돈으로 먹을것을 사와 먹어야만 했는데, 그 나무조차 팔리지 못하면 굶어야 했다고...
제주4.3이 끝나 중산간 집으로 왔을땐, 집이 불에 타서 사라지고 없어져서 토굴을 파서 살아야 했던 이야기...

책에서 작가의 제주4.3때 겪었던 이야기도 참으로 딱하기만 하다. 
 군인이던 작가의 아버지는 병들어 밖으로만 돌고, 어머니는 아기를 데리고 외가에 가 버리고, 불화로 싸움이 잦은 조부모 밑에서 작가는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부모의 부재 속에 지내던 유년의 어느 날, 해 저문 초저녁 서편하늘을 유난히 붉히며 시작된 방화는 중산간 지대 130여개의 마을을 불태웠고 책을 통해 작가는 묘사한다. 이로 인해 작가의 고향인 함박이굴도 지상에서 영영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아버지의 임종을 맞고, 시신을 씻기면서, 아버지의 죽음으로 하여금 어린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간다. 제주 4.3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비극으로 인한 정신적 상처로 각인되어 있던 유년기로부터 세상을 알아가던 사춘기의 기억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 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다 쓰고 프롤로그로 이런 말을 적었다.

" 이 소설을 쓰고 있는 동안 나는 무척 셀러었고 행복했습니다. 잊혀진 내 유년의 기억을 좆아 찾아가는 그 시간 여행에서 나는 지난 내 인생을 다시 한 번 살아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를 키운 것은 부모님만이 아닙니다. 제주의 자연, 유년의 친구들, 중학 시절의 독서, 이런것들이 나를 성장시키는 데 큰 몫을 했고, 내 문학을 결정지은 토양이 되었습니다. "

나는 이 책을 다 읽고서야. 내 아버지가 나에게 이야기 하지 못했던 유년기의 비극적 시대상.. 처절한 배고픔..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가 제주 4.3으로 실종되어 부재되었을때의 자식으로서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되었다.

이제서야 제주 4.3의 바른 시선이 생기고 역사적인 재평가가 시작되었다. 작가의 대표 소설 '순이삼촌'도 당시의 시대상을 대표적으로 그린 책이라고는 하지만, 나에겐 이책이 더 값지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왜 내 여동생이 내게 읽어보라고 권했었는지.. 또 책내용을 이야기 안해줬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아버지에께서 쉽게 이야기 하지 못하는 유년기 시절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적혀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언젠가 아버지가 스스로 이야기 해주실 날이 올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이책을 다시 아버지께 드렸고, 독서를 좋아하시는 아버지는 단 이틀만에 다 읽으셨다. 그리고 도대체 이런 책 어디서 알고 구했냐고 반기셨다.. 이제는 말하신다. 어린시절의 제주생활을...

그리고 현기영 작가에 대한 고마움과, 언젠가 인연이 된다면 만나보고 그시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도 하신다.
꼭 그런날이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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